오늘 아침, 문득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햇살은 부드러워졌고,
바람은 차가운 대신 묘하게 따뜻했다.
아무 말이 없어도 몸이 먼저 안다 —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이 감각은 단순히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아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여름의 기록을 정리하고, 새로운 리듬을 받아들이는 몸의 기억이다.

아무렇게나 떨어져 뒹구는 도토리를 보면서 아 가을이구나
아무렇게나 툭 걸친 스카프가 바람과 속삭대며 내 얼굴을 간지럽힐 때 가을이구나
1. 계절을 기억하는 세포
세포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온도, 습도, 햇빛의 양까지도 몸 안에서 호르몬의 리듬으로 저장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세포 기억(cellular memory)’이라 부른다.
단순히 추위를 느끼는 게 아니라, 세포가 그 경험을 기억해 다음 계절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포는 과거의 환경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 《The Biology of Belief》, Bruce Lipton
그래서 같은 온도라도, 가을의 바람은 여름보다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건 공기의 문제가 아니라, 세포가 이미 계절을 ‘배웠기’ 때문이다.
세포에 대한 공부를 할 수록 신비롭다.
2. 햇빛, 호르몬, 그리고 기억의 회로
가을이 되면 햇빛이 줄어들고,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생리 반응이 아니라, 세포가 빛의 양을 ‘기억’하는 과정이다.
세로토닌이 줄면 마음은 차분해지고, 생각은 깊어진다.
그래서 가을의 감정은 종종 철학적이 된다.

3. 세포가 보내는 가을의 신호
몸이 피곤해지고, 평소보다 잠이 늘고, 따뜻한 음식이 당길 때
— 그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세포가 계절 전환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
세포는 빛과 온도의 차이를 호르몬으로 기록한다.
그 기억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계절의 리듬’을 몸으로 배워간다.
“몸은 시간을 기억한다. 그 기억이 축적될 때,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계절을 쌓아간다.” — 《When the Body Says No》, Gabor Maté
며칠전 점심시간에 목이 칼칼하니 감기 기운이 있어서 북어국 집으로 들어갔다.
듬북담북의 북어국이 너무 맛나서 한그릇을 휘리릭 먹어 치웠다.
어쩌면 온 몸을 휘감는 따뜻한 온기가 내 맘을 그리도 편하게 했었던 기억이다.
목도 조금 풀린 것 같았었다.
그렇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가을은 동동거리며 잠시잠깐 머물다 떠나간다는 것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 바람이 살을 에이는 겨울이 올것임을,
그리고
못내 아쉬워 다음에 어김없이 올 가을을 하릴없이 기다리게 된다는 것을...
미리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내 몸은 예행연습 중이다.
4. 마무리 — 가을을 배우는 몸
가을은 마음이 아니라 세포의 계절이다.
하루의 빛을 줄이고, 생각을 길게 늘이는 시간.
세포는 여름의 뜨거움을 정리하고, 새로운 온도를 받아들이며, 다음 생을 준비하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 몸은,
계절을 지나며 매번 새로 태어난다.

🪶 기억을 기록한다는 것
오늘 이 시간은 다시는 올 수 없다는 것.
오늘의 나는 어제의 계절을 기억하고
세포가 남긴 기록은 결국 ‘삶의 감각’이 된다.
가을은 그 감각을 다시 읽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내 세포 하나하나가 저장 했다가 다시금 슬며시 꺼내 놓는다.
알지? 잊지 않았지?
🍁 이 글의 주제어:
계절과 세포, 세포의 기억, 가을의 변화, 호르몬과 계절, 세포 리듬, 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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