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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록하다

브레인 노트ㅣP.2 - 감정은 기억을 지배한다

by iipopnamu 2025. 7. 28.

모자를 쓴 아기가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추며 안기고 있는 따뜻한 순간의 사진. 엄마와 아이의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
사랑은 말보다 먼저, 눈빛과 온기로 전해진다. 아이의 포옹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정.(출처: Pixabay / Free-Photos)

 

오늘, 사랑스런 나의 첫 손주가 놀러왔다. 

 

이제 겨우 11개월 차인 그 작은 존재는 하루 종일 나를 웃게 했다.
처음 
그 아이의 작은 손가락을 잡는 순간,
갑자기 먹먹해 져서 한참동안 아이 손만 만지작댔다.
그 순간 불현 듯
내 첫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날이 기억이 떠 오른거다. 
생각하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내 안에서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벅참,
작은 숨결이 내 품에 안기던 첫날의 떨림,
그 모든 감정이 오늘 다시금 생생히 되살아났고 가슴이 저릿했다.

 

기억이란 참 묘하다.


손주의 미소 하나가 30년 전의 장면을 불러내고,
그때 느꼈던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벅찬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감정이 기억을 다시 살려내고, 그 감정은 또 다른 기억을 이어준다.

감정은 기억을 지배한다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도, 감정이 동반된 기억은 유난히 선명하게 남는다.
반면, 아무리 중요한 사실도 감정이 없다면 금세 잊어버리고 아무리 떠 올리려고 해도 떠 오르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경험을 실생활에서 수시로 경험하게 된다,
사람의 기억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감정의 깊이에 따라 저장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커다란 사람 머리 모양 실루엣 안에 열쇠구멍이 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사람이 큰 열쇠를 들고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모습의 일러스트. 감정과 기억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
기억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 감정의 손끝에서 시작된다.(출처: Pixabay / Free-Photos)


1. 감정은 기억의 열쇠다


나는 기억을 기록하면서

세포와의 상관관계를 알고 싶어져서 여기저기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억은 단순히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고 ‘강조’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 중심에는 감정이 있다.

기쁨, 슬픔, 분노, 공포 같은 감정은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시키며, 

이는 해마와 연결되어 기억을 강하게 만들고 기억의 저장과 인출을 돕는다.

 

 

≫ “감정은 기억을 위한 마커와 같다. 감정이 클수록, 그 기억은 더 깊고 더 오래 저장된다.”
— 《Your Brain Is Always Listening》, 대니얼 아멘 박사

≫ “편도체는 감정적 자극에 반응해, 해마에 신호를 보낸다.

     이는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더 잘 기억되도록 만든다.”
— 《감정의 뇌과학》, 조셉 르두 (Joseph LeDoux)

 

즉,

감정이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Your Brain Is Always Listening》의 저자 대니얼 아멘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 영상 전문가로,

      뇌가 감정의 영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되는지를 수년간 연구해왔다.
   《감정의 뇌과학》의 르두 교수는 

     특히 공포 감정이 기억 형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감정 중심의 기억 체계를 설명한다.


2. 감정은 기억의 필터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감정은,

어떤 정보를 남길 지, 어떤 것을 지울 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때로는 과거의 왜곡된 기억조차 감정의 작용으로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기억은 감정을 따라 재구성된다. 감정이 달라지면 기억의 색도 바뀐다.”
— 《Unlocking the Emotional Brain》, 브루스 에커 외

≫ “기억은 정적인 저장소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 속에서 매번 다시 쓰여지는 유기체다.”
— 《감정은 어떻게 기억을 바꾸는가》, 엘리자베스 펠튼

※《Unlocking the Emotional Brain은

  심리치료 현장에서 감정의 재구성이 어떻게 기억을 바꾸고 사람을 치유하는지를 다룬다.
  엘리자베스 펠튼 박사의 저서는 감정과 기억의 유기적인 관계를 설명하며, 

  감정이 지워지면 기억도 흐릿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아기의 작은 두 손이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져 있는 모습. 흰색 니트 옷을 입은 아기가 건반을 누르려는 순간으로, 기억과 감각의 시작을 상징하는 이미지
작은 손이 건반 위에서 찾는 기억의 첫 멜로디 (출처: Pixabay / Free-Photos)

 

3. 감정은 학습의 촉매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배운 것은 빨리 기억하는 이유도, 그 안에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 긴장, 즐거움, 실패에 대한 좌절 등이 감정의 형태로 작용하며,

학습의 강화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자라는 아이의 감정도 인정하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다.

 

단순한 암기는 오래 남지 않지만, 감정이 실린 경험은 교육보다 강하다.

≫ “모든 학습은 감정적이다. 감정이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쉽게 정착하지 않는다.”
— 《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

≫ “우리는 머리로만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온몸으로, 특히 심장으로 기억한다.”
— 《Emotional Intelligence》, 대니얼 골먼

 

※ 존 메디나는 분자생물학자이자 뇌과학자인데,

 《브레인 룰스》에서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학습이 왜 감정에 의존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대니얼 골먼의 《Emotional Intelligence》는 감정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고전으로,

   감정 중심의 학습이야말로 오래가는 기억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4. 감정은 치유의 열쇠다

 

트라우마, 불안, 우울 같은 감정은 기억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역으로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치유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서 그 치유장면을 가끔 접하는 데,

마음 속에 꽁꽁 숨겨 두었던 상처를 끄집어 내어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기억은 과거를 저장하는 저장소인 동시에, 미래를 향해 다시 써 내려가는 메모장이기도 하다.



≫ “기억을 치료하는 것은 감정을 다루는 것이다. 감정을 터트리지 않고도, 인식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된다.”
— 《The Body Keeps the Score》, 베셀 반 데어 콜크

≫ “뇌는 상처를 기억하지만, 감정의 재프레이밍은 기억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
— 《Emotional Healing at the Speed of Thought》, 데이비드 세르반-슈라이버



※ 이 책들은 모두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감정의 재구성이 얼마나 강력한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The Body Keeps the Score》는 감정이 몸에 저장된다는 개념으로 심리치료에 혁신을 불러왔다.


마무리하며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뇌가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이며,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창이다.
기억은 때로 왜곡되지만, 감정이 있기에 우리는 그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감정은 기억을 지배한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과거의 한 조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내 이쁜 손주의 재롱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나를 만났고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내 아이가 다시 내 아이 같은 아이를 보면서 저토록 환하게 웃고 있구나.

 

멀지 않은 미래 우리는,

오늘 이 하루를...서로 같은 감정으로 같은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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