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혹시 치매일까?
며칠 전, 아들이 조심스레 작은 통을 내밀었다.
"엄마,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시데~. 이거, 뇌영양제야. 괜찮다고 하더라."
그 말에 웃어 넘겼지만, 사실 속은 복잡했다.
내가 진짜 자주 잊는 건가?
며칠 전엔 자동차 키를 찾느라 한참을 뒤졌다.
결국 키는 냉동실에서 나왔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얼음을 정리하다 무심코 넣었던 것 같다.
그 순간 ‘어, 나 혹시 치매 아니야?’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선 찾고, 말하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드라마 속 배우 이름이 눈앞에 어른거리긴 하는데 떠 오르진 않는다. 답답하고 속상하다.
"우리도 그래~"가끔 본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 꼭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건망증이다, 치매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엄마 생각이 난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던 엄마는 젊은 시절부터 편물점을 하셨다.
어디선가 그냥 보기만 해도 털실로 모든 옷을 만들어 내셨던 엄마는 그 시절을 잊지를 못하신다.
당신의 전성기셨단다.
당신 관리가 워낙 뛰어나셔서 3년전까지만 해도 제주 오름을 거뜬히 오르던 분이시다.
그렇게 총명하던 엄마가 어느 순간 말이 헛돌고 행동이 느려지시더니
어느 날 부턴가,
먼 허공을 바라 보는 시간이 많아지시고 잠깐씩 기억을 잊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자꾸 짧아져 가고 있다,
오늘도 실내 자전거를 타신다고...동생이 동영상을 보내왔다...저러하신데 왜.
그 시작이 지금 내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그때 엄마를 향해 내가 했던 말이 지금 아이들이 내게 하는 말과 닮았다.
"엄마 그거 나도 그래, 나도 금방 손에 쥐었던 것 어디 놓았는지 모르고 그래~"
잊는다는 건 과연 어떤 상태일까?
정말로 내 기억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데 내가 그것을 꺼내 오지 못하는 걸까?
한번도 생각지 않았던 관심 밖 의문들이 고개를 든다.
이 글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그 구조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그 소중한 기억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 했고, 급기야 나는 이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나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 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문헌들을 열심히 검색하다,
전문가들의 설명과 인용, 그리고 나의 경험을 엮어 우리가 다시 기억을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마주한다.
1. 기억은 어디에 저장 될까?
기억은,
어딘가에 저장된다는 단순한 말로 설명되기엔 꽤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기억은 하나의 공간에 저장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 안에는
풍경 소리,. 감정 냄새 등이 각기 다른 뇌 영역에 나뉘어 저장된다는 것이다.
해마는,
이 모든 정보를 처음으로 모아 단기 기억으로 정리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는 감정을 동반 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한다.
소리, 풍경, 감정은 뇌의 다른 부위에 나뉘어 나뉘어 저장되고, 해마가 이를 모아 조립한다.
감정이 강하게 작용할수록 저장은 더 선명하고 단단해진다
> “기억은 단일 장소에 저장되지 않는다. 해마는 초기 조립을 담당하고, 장면과 소리, 감정은 각기 다른 피질에 분산 저장된다.”
— 존 메디나, 브레인 룰스
> “해마는 단기 기억을 만들고, 대뇌피질은 장기 기억으로 변환한다. 감정적 사건은 편도체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 브루스 에커, Unlocking the Emotional Brain
2. 기억의 회로는 왜 약해지다가 지워질까?
'기억은 살아있는 회로다'라고 한다.
전기 신호와 화학 물질이 연결된 시냅스의 흐름이며,
자주 쓰면 더 단단해지고 쓰지 않으면 점점 약해진다.
우리는 잊어버린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회로가 가지치기 되어 없어지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회로는 점점 약해지고, 반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특히,
스트레스, 수면 부족, 노화는 이 회로에 타격을 주며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약화시킨다
뇌는 기억 회로를 정리하고 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면이 부족하면 회로는 약해지고 기억의 저장도 약해진다.
나는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원인이 다양한 것에 있지만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습관, 컴퓨터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서치하는 습관...
그래서 나는 멍할 때가 많다. 자꾸 잊어버린다.
나이 때문이야..라고 치부하지만 어쩌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은 나이 때문만이 아니라 환경과 습관 때문일 수 있다
> “시냅스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기억 유지에는 반복과 자극이 필수다.”
— 존 메디나, 브레인 룰스
> “스트레스는 해마의 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억력 감퇴로 이어진다.”
— 브루스 맥윈, 스트레스 뇌과학 연구

3. 나는 왜 그 기억만 생생할까
감정과 기억은 하나다
우리가 특정 장면만 유독 선명히 기억하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다.
평범한 하루는 쉽게 잊히는데
어떤 장면은 몇십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첫사랑의 얼굴,
사고 순간의 찰나 그 순간의 목소리처럼
감정이 컸던 순간은
해마와 편도체가 동시에 반응하며 기억의 회로를 단단하게 만든다
두렵거나 기뻤거나 슬펐던 순간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생존에 중요한 신호였기 때문이다
> “정서적으로 강한 기억은 생존과 연결된다. 편도체는 감정의 강도를 평가하고 해마에 신호를 보내 저장을 강화한다.”
— 브루스 에커
> “감정적 사건은 편도체와 해마를 반복적으로 연결하여 시냅스 밀도를 높인다.”
—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2023
4. 기억은 기억을 부른다
문득 들은 음악 한 소절,
오래된 향수 냄새,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
이 작은 단서 하나가 여러 겹의 기억을 깨운다.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마치 실타래처럼 연달아 다른 장면이 딸려 나온다
그게 바로 기억의 연쇄 작용이다.
냄새나 소리 하나가
수십 년 전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뇌가 감각 정보와 감정 기억을 통합 저장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고립된 파일이 아니라 연결된 그물망이라는 뜻이다.
냄새나 소리 하나가
> “하나의 단서가 다른 기억을 불러내는 것은 시냅스 간 연합 작용 때문이다.”
— 에릭 캔델, 서치잉 포 메모리
> “후각은 가장 강력한 기억 자극이다. 냄새는 바로 편도체와 해마를 자극한다.”
— 하버드 가제트, 2020
5, 기록의 이유와 실천 루틴
나의 일부로 남으려면 반복과 정리가 필요하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하루 한 줄이라도 쓰는 습관은 뇌를 정리하고 기억을 강화한다.
잠들기 전 글쓰기는 수면과 맞물려 장기 기억을 단단하게 한다.
기록의 힘...나는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썼던 것을 다시 읽는 순간, 기억은 더욱 견고해진다
> “기록은 단지 감정 정리가 아니다. 기억 저장 경로를 굳히는 재인 회로를 깨운다.”
— 리사 제노바, 기억하는 뇌
> “글쓰기는 뇌를 정리하는 방법이다. 하루 한 줄도 기억 훈련이다.”
— 매튜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6. 기억에 좋은 생활 루틴
기억 기록 (감정포함)
ㅡ 하루 3가지 기억을 떠올려 기록하기
ㅡ 손글씨 다이어리 또는 캘린더 활용
ㅡ 사진 + 한 줄 설명 캡션 붙이기
영양과 식습관 (기억에 좋은 음식)
ㅡ 블루베리, 호두, 연어, 다크초콜릿
ㅡ 오메가3, 비타민B군, 폴리페놀 포함 식단
ㅡ 녹차, 강황차 등 항산화 성분 포함 음료
자극과 휴식의 조화
ㅡ 뇌에 좋은 자극 하루 한 곡 음악 듣기
ㅡ 산책하며 냄새 맡기, 하늘 보기
ㅡ 잠들기 전 5분 명상 또는 복식호흡
마무리 질문과 감성 엔딩
나는 요즘 깜빡깜빡할 때가 잦다
아이들이 내 걱정을 하며 뇌영양제를 사다 주는 걸 보고
조금은 놀랐고,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은 방 안에 들어가 놓고
왜 들어왔는지 까먹고
열쇠를 냉동실에 넣었다가 한참을 찾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나, 혹시 치매인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기록하고 있고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까
오늘 꼭 기억 할 것 하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앉아 있거나 불러줄 사람이 없는 것 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꺼낼 수 있기 위해서, 기록을 기억하기 위해서.
너는 요즘 기억,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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