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장작 타는 냄새가 불러온 아련한 추억
오랜만에 숙소 근처의 낡은 숯가마 황토한증막을 찾았다.
검색해서 찾은 황토한증막이었지만
'오길 잘했다' 오감 만족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모던한 찜질방이 아니라,
나무를 직접 태워 열을 데우는 전통 방식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코끝부터 온 몸을 휘도는 나무 타는 냄새.
순간 오래전 처음 시집을 다니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모두 변했지만 그때는 땔나무로 밥을 하고 방을 덥혔었고 나는 매캐한 그 내음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장작 태우는 냄새.
기억이 겹쳐 올라온다.
후각은 언제나 가장 빠른 기억의 스위치를 당긴다.
그 순간 나는 이미 과거와 현재 사이에 서 있었다.
황토방 안에 들어서니 동굴같은 피라밋 모양의 황토굴이 사방으로 에너지 있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침 그 시간이 바싹 마른 홍토굴에 물을 뿌리는 난 뒤라서 모두들 너무 담요로 몸을 감싸고 황토굴로 입성했다가 5분도 있지 못하고 다시 나오곤 했다.
나는 직접적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2층 피라밋같이 생긴 꼭대기에 있는 간접열을 내 뿜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단한 하루를 풀어내었다.
그리 뜨겁지 않은 은은한 열기에 편하게 몸을 맡기자, 잠이 왔고 어느 새 피부 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잠이 들었다.
한 30분을 자고 일어났는데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정신이 맑음을 느꼈다.

2. 땀방울 속에 기록 되는 세포의 회복력
사람들은 흔히 “찜질을 하면 개운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개운함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세포 차원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땀 한 방울은 세포의 대사가 정리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열은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세포 하나하나에 산소를 더 깊게 실어 나른다.
처음 찜질방문화가 붐을 일으키던 시기.
나는 찜질방 투어를 하며 그 문화를 즐겼었다.
그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나는 오늘
몸이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열기에 익숙해질수록 긴장이 풀리고, 마치 오래된 상처들이 조금씩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
"세포는 우리가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기록한다.
스트레스가 많을 땐 염증으로 반응하고, 안정된 순간에는 치유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늘 이 숯가마에서의 땀 흘림은 단순히 노폐물을 내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세포에게 ‘회복의 시간’을 각인시키는 일종의 훈련 같은 것이었다.

3. 자연 치유와 줄기세포의 연결점
세포는 스스로 회복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 가능성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줄기세포다.
의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포의 기억과 회복력을 주목해 왔다.
피부가 상처를 입으면 시간이 지나 새살이 돋고, 근육이 손상되면 단백질 합성이 활발해져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자연 치유의 중심에는 세포의 재생력이 있다.
그러나, 세포는 스스로 회복해 보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 가능성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줄기세포다.
그리고 오늘날 의학은,
이 재생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주목한다.
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처음의 세포’다.
어떤 조직으로든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손상된 세포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회복 속도를 앞당기는 열쇠가 된다.
우리가 사우나에서 느끼는 개운함은 자연스러운 세포 재생의 작은 축제라면,
줄기세포 치료는 그 과정을 돕는 현대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황토방에서 흘린 땀은 단순히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몸은 잊지 않는다.
우리가 반복해서 경험한 안락함, 열기로 풀린 근육, 그 순간의 안정감은 세포 차원에 작은 흔적으로 남는다.
그리고 다음에 또 같은 자극을 만났을 때, 세포는 더 빠르게 반응하며 우리를 회복의 길로 안내한다.
사실 우리는 종종 몸을 기계처럼 생각한다.
고장 나면 고치고, 연료가 떨어지면 채우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오늘 숯가마에서 느낀 것은, 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기억하는 존재라는 점이었다.
세포는 살아온 환경과 경험을 기억한다.
그것은 때로 질병으로, 때로는 회복으로 나타난다.
결국 건강이란 세포가 어떤 기억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4. 세포는 살아 있는 기억 저장소
나는 황토방에서 땀을 닦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내 세포는 무엇을 기억했을까?’
'오늘 내 세포는 무엇을 기록했을까?
아마도 뜨거운 열기와 나무 냄새, 그리고 몸이 풀리던 편안함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 내 세포는 그 기억을 통해 더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작은 훈련들이 쌓여, 내 몸 전체의 건강 루틴으로 자리 잡는다.
기억은 뇌에만 있지 않다.
세포 하나하나가 작은 기억 저장소다.
오늘의 숯가마에서 흘린 땀방울처럼, 세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아마도 이 곳에 있는 동안 몇번을 이 곳을 찾을 것 같다. 오늘의 이 기억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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