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을 기록하다

브레인 노트ㅣP.10 세포는 상처를 기억한다

by iipopnamu 2025. 9. 2.

자고 일어났더니 어깨에 나도 모르는 상처가 제법 크게 나 있다.

언제 어떻게 여기에 상처가 났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선 연고라고 발라야겠다 생각되어 찾아보니 마데카솔이 있다.

그걸 보는 데 

불현듯이 아이들의 어릴 때가 생각난다.

 

온 집안에 첫 아들이었기에 애지중지 였는데...

참 애도 많이 태웠었던 시절이다.

 

 

상단 이미지: “무릎을 안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소년, 세포에 남은 상처와 기억을 상징”

하단 이미지: “자전거를 잡고 환하게 웃는 어린아이, 세포가 품은 회복과 희망을 상징"
연년생 형제의 두 장면. 한쪽은 세포에 남은 상처의 기억, 다른 한쪽은 세포가 품은 회복의 미소. 기억은 이렇게 필름처럼 이어진다. (출처: Pixabay / Free-Photos)

 

 

우리 아이들은 연년생이다.

어릴 때는 많이도 싸워대더니만 

지금은 남다른 형제애를 뽐내는 멋진 효자 아이들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두 아이의 자라는 과정은 참 많이 달랐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6년내내 제일 앞자리나 두번 째 자리에 앉았었다.

둘째는 6년내내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생각해 보면 큰아이는 그때, 그 콤플렉스에 우울 했었을 것 같다.

또,

큰아이는 나를 닮아 작고 여린 몸집이었다.

조금만 아프면 아무 것도 먹지 못했고 한밤중에도 병원으로 쫓아가야했다.

반면 작은 아이는,

아무리 아파도 꾸역꾸역 밥을 먹으면서 그 아픔을 이겨 낼 힘을 구했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건강하다.

 

1. 아이의 상처에서 시작된 질문

 

 

큰아이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6년을 건강하질 못했고 특히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살았다.

 

여린 피부는 작은 긁힘만 생겨도 습진이 되어 퍼졌다.

'접촉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좋다는 약은 먹이고 발랐지만 얼굴이 여름가뭄 같이 퍼석하니 건조했다.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고 2차, 3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시절, 아이의 피부는 너무나 약해 보이고 마르고 거칠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피부는 조금씩 매끄러워지고, 상처는 이전처럼 깊게 남지 않았다.

서서히 매끄러워지고, 예전처럼 쉽게 터지거나 감염되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포 스스로가 방어막을 강화하고, 균형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저절로 피부가 매끈해져 가고 있었다...지금은 피부가 아주 이쁘다.

그 시간을 곰곰이 떠올리니 문득 궁금해진다.  


“세포는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새살이 돋으며, 어떻게 원래의 피부정도로 딱 돌려 놓는걸까?

원래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어떻게 다시 회복해 가는 걸까?”

 

“주황색과 푸른 빛으로 표현된 세포들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디지털 아트. 세포 간 소통과 에너지를 상징한다.”
세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빛처럼 흩어지는 신호 속에서 서로를 기억한다.” (출처: Pixabay / Free-Photos)

 

2. 세포는 상처를 ‘기억’한다

 

 

피부가 다치면 우리 몸은 단순히 그 부위를 메우는 게 아니다. 

손상된 세포와 단백질 흔적은 일종의 ‘기억의 기록’으로 남는다.


의학 연구에 따르면 손상 부위에 모인 세포들은 염증 반응을 통해 과거의 손상을 학습하고, 다음에는 더 빠르게 대응한다고 한다.
신경과학자 존 메디나는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몸 전체가 살아내는 경험”이라 말했다.


그 말처럼, 세포도 뇌처럼 경험을 기억한다.

 

그 세포는 그렇게 매일 기록하고, 조금씩 달라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걸 알았다. 

같은 가정,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라도 세포의 반응은 다르다. 

그것은 유전적 요인이기도 하고, 또 성장 과정에서 세포가 경험을 ‘기억’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의 피부 속에서 세포의 소리를 느끼고 본 것 같다.

연약해 보이던 시절조차 세포는 이미 변화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아픈 기억마저 세포의 성장 서사로 이어진다.

 

세포는 결국,

우리 삶의 가장 작은 기록자이자, 가장 강력한 회복자인 것이다.

 


3. 회복은 약이 아니라, 세포의 힘

 

처음 마데카솔이 나왔을 때 감사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세포에 대해 알아가면서 마데카솔 같은 약은 단순히 세포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라고 생각이 든다.

자생력,

우리 피부의 자생력은 남다른 것 같다.


결국 진짜 회복은 세포 스스로의 복원력에서 나온다. 
신경학자 브루스 에커는 “치유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부의 회로가 다시 쓰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피부가 점차 강해진 건, 외부 약물 때문만이 아니라 세포 자체가 ‘회복의 언어’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이렇게, 작은 상처를 통해서조차 더 단단한 기록을 남긴다.

 

 

오래된 편지가 끈으로 묶여 있는 클로즈업 사진. 시간의 흔적과 기억의 보존을 상징하는 장면.
오래된 편지에 담긴 기억처럼, 세포도 상처의 흔적을 기록하고 보관한다. (출처: Pixabay/Free-Photos)

 

4. 삶에 남는 세포의 메시지

 

돌이켜보면 우리 삶도 그렇다. 

상처는 늘 피할 수 없지만, 그 상처의 기억을 품고 조금씩 나아가는 게 결국 우리의 힘이다.


세포가 회복을 반복하며 더 강해지듯, 사람도 고통을 기억하면서 그 안에서 회복의 길을 찾는다.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다시 쓰이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말한 이 문장이 새삼 와 닿는다.
아이의 피부가 보여준 회복의 기록은 결국 나에게도 말해주고 있었다.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회복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고.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저 새롭게 연결된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계속 성장한다.

 

기록하면서...

성장하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