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익숙한 냄새가 나는 낯선 가게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추었었다.
머리에 타올로 무심히 감은 아주머니가 작은 연탄 화로 같은 것을 내어 놓고 가게 앞 한켠에서 부지런히 곱창을 뒤적대고 있었다.
연기는 자욱하고 냄새는 작렬하고...절로 침이 고였다.
얼마나 고소하고 자극적이든지, 누구라도 당장 불러내어 같이 먹자고 청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그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는 어김없이 나를,
한참 전 젊은 시절의 다른 시간으로 데려갔다.
부산 문현 뒷골목.
다닥다닥 붙어 있던 곱창집들.
구공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곱창냄새.
주머니 사정이 늘 빠듯했던 우리는 아주 가끔 작정하고 그 골목을 찾곤 했다.
절로 웃음이 나고, 목소리는 하이톤이 아니면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끌시끌 하던 그 곳은
구공탄불의 가스 냄새는 그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곱창 냄새 묻혀 들고
좁은 골목에 가득 찬 연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밤이 무르 익어가고 젊음도 덩달아 익어가던 시절의 그 언저리에 있었던 거다.
지금은 그 골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날 맡았던 냄새 하나로 수십 년 전 장면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졌다.
생생하다....생각하니 더 생생해 진다.
1. 기억은 뇌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렇듯,사소한 냄새 하나가 오래 된 기억을 불러 오는 걸 보면서
기억은 단지 뇌의 저장고에 갇혀 있는 정보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떤 향기나 장소, 촉감 하나만으로도 수십 년 전의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이는 기억이 전신에 퍼져 있다는 가설과 닿아 있다.
몸 전체가 기억을 담고 있다는 개념은 이제 과학의 언어로도 뒷받침되기 시작했다.
감각은 기억의 문을 연다
신경과학에서는 후각과 청각이 특히 강력한 기억 자극이라고 설명한다.
냄새는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곧장 편도체와 해마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향기는 장소와 감정을 함께 소환한다.
내 경험처럼 특정 냄새가 당시의 감정까지 되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연결된 생존 신호였기 때문에 뇌가 더 강하게 고정했다고 본다.
신경과학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신체 자체가 경험을 기억할 수 있으며, 그 흔적은 세포 단위에서조차 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보르 마테 또한 "기억은 생각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깊이 새겨진다"고 설명한다.
2. 세포는 감정을 기록한다
감정의 충격이 지나간 뒤에도,
몸 어딘가에 남은 그 여운을 우리는 ‘찌릿한 느낌’이나 ‘응어리’ 같은 말로 표현한다.
연구들에 따르면 감정적 사건은 세포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세포가 그 흔적을 일정기간 간직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포 수준에서 감정이 코딩된다면, 기억은 단순 회상이 아닌 생물학적 작용일 수 있다.
감정은 기억의 필터다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았어도 금새 희미해 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반면, 손주의 첫 미소 같은 장면은 오랫동안 남는다.
이는 감정이 기억을 ‘선택’하는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캔디스 퍼트는 "감정은 뇌에서만 끝나지 않고 신체의 화학적 분자 수준에서 기록된다"고 설명했고,
신경과학자 조셉 르두는 “편도체가 감정의 강도를 평가해 해마로 보내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억은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즉, 감정이 약한 정보는 쉽게 사라지지만, 감정이 동반된 순간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3. 기억은 움직인다, 흐른다
우리는 기억을 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언제나 움직이고 흐른다.
어떤 기억은 잠들어 있다가도 자극 하나로 깨어나고, 그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일깨운다.
이 과정은 뇌를 넘어서 전신의 시스템과 상호작용한다.
‘세포 기억’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실마리다.
마치 냄새가 오래된 장면을 한꺼번에 불러오듯, 기억은 전신의 네트워크 속에서 움직인다.
브루스 립턴은 "세포는 단순한 유전 정보의 저장소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살아 있는 기억 장치"라고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또한 닥 칠드레 연구진은 "감정과 기억이 뇌와 심장, 내장까지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4. '몸에 깃든 기억'과 치유의 가능성
기억이 세포에 저장된다면, 반대로 세포의 변화는 기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논리는 새로운 형태의 치유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과거의 상처를 단지 잊으려 하기보다,
몸을 돌보는 과정에서 기억의 감정 강도를 조정하고 재통합할 수 있다는 관점의 치유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전신을 기억의 그릇으로 본다면, 돌봄과 회복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세포도 기억을 품는다는 것이다.
기억을 단지 뇌의 영역으로만 한정할 수 있을까?
몸의 세포도 감정과 경험의 흔적을 간직한다고 보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캔디스 퍼트는 “감정은 뇌에서만 끝나지 않고 신체의 화학적 분자들로 각인된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가 경험한 두려움이나 기쁨은 단순히 ‘느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포 단위에서도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요즘 잊는 순간이 늘어나면서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록하고 감정을 붙잡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깨닫는다.
기억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짧은 산책에서 맡은 냄새, 아이의 웃음소리, 오래된 사진 한 장 같은 작은 자극이 기억을 깨운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기록하는 순간, 흐릿하던 기억이 다시 단단해진다.

마무리 생각
오늘 내가 맡은 냄새 하나가 수십 년 전 장면을 불러낸 것처럼, 기억은 몸 곳곳에 숨어 있다.
그건 단순히 뇌의 저장고가 아니라, 감각과 세포에 스며든 우리의 삶의 흔적이다.
기억과 세포의 상관관계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것 같고
우리는 머리로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내며 기억하는 존재다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말했듯,
"당신이 잊었다고 해서, 몸까지 잊은 것은 아니다."
"내 몸이 기억한다."
.
.
.
기억은 우리 안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 있다.
때로는 뇌보다 먼저, 마음보다 더 선명하게,..
나는 또 그것을 이렇게 기록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꺼내기 위해서.
※ 참고 도서
《The Body Keeps the Score》- Bessel van der Kolk
《When the Body Says No》- Gabor Maté
《Molecules of Emotion》- Candace Pert
《Your Body Remembers》- Suzanne Scurlock-Durana
《The Biology of Belief》- Bruce H. Lipton
《Heart Intelligence》- Doc Childre 외
《Unlocking the Emotional Brain》- Bruce Ecker 외
《The Body Remembers》- Babette Rothschild
▶ 다음 브레인 노트에서는,
기억이 ‘뇌 속의 일’에 그치지 않고 몸 전체에서 저장·흐르는 구체적 메커니즘.
세포가 감정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신경내분비·면역 신호, 시냅스 가소성, 장-뇌 축 등—현재 과학이 논의하는 경로를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봐야겠다.
세포 하나하나가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미 과학적으로 논의된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기억을 품고 있을까?
▶ 이 위젯은 브레인 노트 진행 사항을 시각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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