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책을 읽을 때 늘 정독하는 편이다.
문장 하나가 마음에 들어오면 몇 번이고 되새기며 풀이해서 읽는다.
요 며칠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읽으며 참 생각이 많다.
나의 고단함과 오버랩 되어서 일 것이다.
난 돈이 없다.
집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이 없는 것이다.
이 고단함을 누구와도 의논하지 못한다.
'내가 엎질러 놓은 것 내가 정리해야지 생각하다보니 늘 나는 돈에 허덕댄다.'
가족 중 누구는 여행을 간다고 한다.
가족 중 누구는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조금만 돌아다 봐 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가족 중 누구는 너가 저지른 일이니 너가 알아서 처리하라...아니, 그리 말할 것 같다.
의논 치 못하니 궁핍하다.
"덜 답답하구나. 아직도 체면을 차리고 가리는 걸 보니."

2, 돈에 관한 글을 읽었다.
작가는 돈을 단순히 화폐가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비애가 스며든 상징으로 풀어냈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의논 할 곳도 없고...가족들은 나를 왜계인 보듯이 하니까 의논조차 꺼리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그 여운을 따라 나의 이야기를 끄적여 본다.
돈은 단순히 필요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거대한 그림자다.
사는 듯이 살아 보겠다고 집을 산다. 3분의 2는 은행거다. 그리고 그들은 임대비 같이 매달 내게 돈을 요구한다.
그래서 집이 무겁다. 머리에 이고 있는 것 같이 목덜미가 아프고 어깨죽지가 아프다.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면 심장이 콩닥거리고,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안도와 다음을 생각하며 불안이 교차한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혹시 신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전전긍긍 돈의 흐름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 속에서 나를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벽돌이다.
한번 금이 가면 회복하기 어렵고, 무너지면 모든 것이 함께 무너지는 듯한 공포를 준다.
김훈은 밥 한 그릇에 존재의 무게를 담았다.
나는 오늘 신용이라는 단어 속에서 나의 무게를 본다.
밥은 당장의 허기를 달래 주지만, 신용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지켜준다.
그래서 돈보다 무서운 건 신용의 붕괴다.
‘돈이 없다’는 말은 잠시의 문제일 수 있지만, ‘신용이 없다’는 말은 나의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는 뜻이 된다.
가끔은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 나를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돈이 나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돈과 신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나를 흔들고 있었다.
김훈이 글에서 보여준 건, 돈의 슬픔이 아니라 돈을 둘러싼 인간의 고단한 표정이었다.
결국 돈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쥔 우리의 손이 떨릴 때 비로소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블로그에 매일 글을 남긴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작은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다.
글 한 편, 기록 하나가 모여 결국 나라는 사람의 신용이 된다.
돈이 사라져도 기록은 남고, 기록은 또 다른 연결을 낳는다.
내가 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 목소리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누군가는 담배로 풀지만, 나는 글로 푼다.
글은 나에게 가장 안전한 대안이며, 내 안의 빚과도 같은 불안을 덜어주는 통로다.
돈에 대한 불안, 신용에 대한 압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 무게가 가벼워진다.
돈은 흘러간다.
통장을 스쳐 가고, 카드 장부에 기록되었다가 지워진다.
그러나 신용은 남는다.
그것은 한 번의 실수로 깎일 수도 있지만, 매일의 성실함으로 조금씩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내가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 그 작은 성실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돈은 나를 살게 하지만, 신용은 나를 세운다.
그리고 글은 그 신용을 붙드는 힘이 된다. 오늘 내가 적은 이 끄적임이, 언젠가 나의 신용을 지켜 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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