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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록하다

책 그리고 끄적임 b2 - 라면을 끓이며 - 나의 삶에 스며 드는 문장의 힘

by iipopnamu 2025. 8. 31.

산문(散文)은 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운율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쓴 글을 말한다. 

소설, 수필, 신문기사, 논문, 일기, 평론 등

대부분의 문학 및 비문학 글이 산문에 해당하며, 일상의 대화도 넓은 의미의 산문에 속한다. ( 정의 출처: Oxford Langu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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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아니, 나는 그렇다.

수동적인 성격 탓에 늘 전전긍긍하기 일쑤이고 하나를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내 아는 동생의 말로 표현하자면  "늘 애무만 하다 만다."라고 우스개소리도 듣는다.

 

책을 읽고 리뷰를 적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달반이 지나간다.

도서관에서 책표지를 보는 순간 읽고 싶었고 제목만큼이나 좀은 가볍게 읽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포함하여 

도서관에서 빌려 왔던 책을  몇 페이지를 읽지 못하고 -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 2주를 보낸 뒤 반납했다가 다시 대출했다.

글이 자꾸만 둘로 보이는 나이,

노트북의 작은 글씨는 눈의 피로도가 장난 아니다.

 

"라면을 끓이며"

 

읽지 못해 아쉬웠던 책이었다.

이번에는 꼭 완독 해야지...한다.

 

이번 글에서는 "라면을 끓이며"의 한 꼭지가 아니라, 

책 전체를 훑으며 김훈 작가가 삶과 밥, 그리고 인간의 고단함을 어떻게 문장으로 풀어내는지를 들여다보려 한다.
단락의 리뷰가 아닌, 작가 김훈의 산문집 전체에 대한 인상과 감각을 기록 해 본다.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목차 이미지, 라면을 끓이며, 광야를 달리는 말, 바다, 밥1, 밥2, 남태평양 등
《라면을 끓이며》 산문집 1부 목차

 

라면을 끓이며, 김훈의 문장을 만나다

 

 

제목: 《라면을 끓이며》
작가: 김훈
출판: 문학동네
초판: 2015년 9월

 

 

“라면은 삶의 표정이고, 굶주림을 달래주는 손쉬운 음식이다.”

순간 멈칫했다. 

내가 무심히 끓여온 라면조차도, 김훈의 문장 안에서는 삶을 끌어 안는 비유가 되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는,

라면을 먹는 사람의 허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고단함과 위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김훈은 언제나 ‘살아가는 일의 무게’를 글로 풀어내는 작가라고 한다. 

그러나 그 무게는 결코,

장엄한 철학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대신, 

국수 한 그릇, 담배 한 모금, 바람 한 줄기 같은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번 글에서는 

「라면을 끓이며」의 한 꼭지가 아니라, 책 전체를 훑으며 김훈 작가가 삶과 밥, 그리고 인간의 고단함을 어떻게 문장으로 풀어내는지를 들여다보려 한다.
단락의 리뷰가 아닌, 작가 김훈의 산문집 전체에 대한 인상과 감각을 기록해본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 본문 인용 이미지, 음식과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글
책 속에서 만난 김훈의 문장

 

라면은, 참 묘한 음식이다.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내면 곧장 먹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식이 라면이다.

하지만 김훈은 그 라면 한 그릇을 두고 삶과 죽음, 인간의 허기와 비애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대로 읽어보자" 작정하고

 

"라면을 끓이며" 라는 산문집을 펼치고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면서 확인하는 그의 말들은 어느 새 내 일상에 어느 부분과 오버랩 된다. 

무심히 써 내려간 듯 보이지만, 한 줄 한 줄이 목에 걸리는 가시처럼 남겨지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모든 먹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아, 이 문장!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밥벌이의 지겨움과 함께 매일 반복되는 삶의 고단함을 떠올린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 역시도 결국 ‘밥을 먹기 위해’ 애써야 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사실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숙명 같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전쟁에 대한 사유도 있고, 일상에 대한 단상도 있다. 

그는 “생존은 찌질한 것이고, 찌질한 것이 바로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 삶의 작은 후회와 부끄러움들을 덜어내 주는 글,

누구나 똑 같다라고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노라 위로하는 문장...동병상련의 말들로 해색되면서 갑자기 덜 부끄럽게 느껴졌다.

 

라면을 끓이며 속 조국과 아버지의 그리움에 관한 문장 인용 이미지
김훈이 기록한 조국과 아버지에 대한 문장



산문을 읽는다는 것

 

 

김훈의 산문은 문학이라기보다 ‘기록된 호흡’ 같다. 

문장이 짧고 단단하다. 

그래서 읽는 이는 빠르게 넘길 수 없고, 자꾸 멈춰 서게 된다. 

라면을 끓이며 한 장, 버스에서 두 장, 그렇게 천천히 스며드는 책이다.


김훈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건조하고 무심하다. 

하지만 바로 그 담백함 속에서 묘한 울림이 나온다. 

마치 뜨거운 국물에 젖은 라면이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은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산문을 읽다 보면, 음식이라는 사소한 동작조차도 삶과 죽음, 존재와 허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나는 원래 

산문을 읽을 때도, 영화를 볼때도

글쓴이의 의도나 철학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화자가 되어 허기진 내 삶속을 들여다 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훈의 글은 나를 글 속으로 끌어 넣고 있었다.

 

 

김훈 작가 사진, 라면을 끓이며 저자, 1948년 서울 출생, 소설가이자 산문가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작가 김훈-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그의 글은  삶의 표면을 스치지 않고,

밥상 위에 놓인 그릇 하나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 허기를 건드린다.

 

 

찾아보니 그의 소설은 이미 유명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공터에서 같은 작품들은 이미 한국 문학사에 굵은 선을 그었다.

 

나는 작가 김훈이 더 궁금해졌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을 무심한 눈길이 와 닿았고

그 문장 속에 녹아 난 인간의 운명과 슬픔, 그리고 희미한 위로까지 담아낸 작가였다.

김훈의 산문은 나에게 이 모든 순간을 담담히 바라다 볼 힘을 준다.

나는 앞으로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 보려 한다. 

소설 속에서 그는 어떤 언어로 인물과 세계를 그려냈을까. 

또 다른 산문 속에서는 어떤 삶의 무게를 끌어올렸을까. 마구 궁금해 진다.

김훈의 문장은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방식, 곧 무심한 듯 툭툭 던지지만 그 속에 삶의 진실을 담아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의 힘은 음악의 힘과 더불어 사람으로 피폐해 진 마음에 저며드는 삶을 버티는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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