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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록하다

세상 구경 중 #6 - 강릉 108년만의 최악의 여름 가뭄 - 재난 사태 선포

by iipopnamu 2025. 9. 1.

 

요 며칠 뉴스를 켜면, 꼭 두 가지 화면이 번갈아 나온다.
하나는 대통령의 미국 순방 소식,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강릉의 바싹 말라버린 저수지 화면이다.

 

나라는 대통령님을 믿고 응원의 마음으로 기다리면 될것이지만

아이고 강릉...저런저런 어쩌나~~
 
제일 높은 곳에서는 국제 협력과 성과를 자랑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제일 낮은 곳에서는 갈라진 땅 위에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오늘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뉴스라는 건 원래 이렇게 대비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강릉 지역 가뭄 피해로 갈라진 논밭의 땅을 가까이서 찍은 모습
가뭄으로 갈라진 땅 (출처: Pixabay / Free-Photos)



뉴스 화면 속 갈라진 땅

 


카메라는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를 길게 비춘다.
갈라진 흙바닥이 마치 오래된 주름처럼 깊게 패여 있었다.
마을 주민은 양동이에 담긴 물을 겨우 받아가며 “이 물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는 화면 너머로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뉴스 자막으로 ‘생활용수 제한’이라는 굵은 글씨가 보인다.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난다.


만약 우리 동네에서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마이크를 들고 보도하는 여성 기자 일러스트, 가뭄 소식을 전하는 장면
현장을 전하는 뉴스 속 기자 (출처: Pixabay / Free-Photos)


물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사라진다

 

 

뉴스에서 전문가가 말하고 있다.
“가뭄은 먼저 농촌과 지방 소도시에서 시작된다. 대도시는 버틸 여력이 있지만, 작은 도시와 마을은 바로 타격을 입는다.”


108년만의 최악의 여름 가뭄

 

ㅡ 재난사태 선포.

ㅡ 강릉시민 87%가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가 저수율 14.9%로 맨바닥을 드러내

ㅡ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급수가 시행 중

 

 

쩌억쩍 갈라진 맨 바닥을 보는데 화면 속 장면인데도 가슴이 타 들어감을 느낀다.

 

"강릉"이라는 이름은 바다와 함께 떠올려야 하는 도시인데,
정작 그 바닷물은 마실 수 없고, 

 

내 안락함은 가뭄 앞에서 그대로 멈춰 버린다. 이건 사치다,

 


뉴스 시청자의 마음, 무력감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강릉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뉴스 속 장면을 매일같이 접하다 보면 이상하게 ‘내 일’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냉장고 속 물병을 꺼내 마시는 단순한 동작조차 어쩐지 미안해진다.

 

기우제를 지내면서까지 비를 기대했건만 기상청은

가뭄이 극심한 강원 동해안은 1일 낮에 5㎜ 안팎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TV 앞에 앉아 있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잠시 멍해진다.
그리고 곧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도 언제든 이렇게 물 한 방울에 흔들릴 수 있겠구나.”

 

 

바짝 말라 갈라진 호수 바닥 위에 뒤집힌 흰색 배 한 척이 놓여 있고, 멀리 물이 조금 남아 있는 저수지 풍경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와 버려진 작은 배 (출처: Pixabay / Free-Photos)

 

제일 높은 곳과 제일 낮은 곳

 

 

뉴스 속 대통령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성과를 냈다”는 말은 국제 사회에서의 자리매김을 보여준다.


반면, 강릉 주민의 표정은 타들어가는 땅처럼 바짝 말라 있다.
국가라는 큰 틀에서 보면 두 장면은 모두 현재진행형의 ‘대한민국’이다.

나는 시청자의 눈으로 그 두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높은 곳의 성과와 낮은 곳의 갈증이 한 나라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웃프다.
이 대비가 어쩐지 우리 사회의 단면 같아 씁쓸하다.

 


마무리

 

자연재해는 무섭다.


단순히 물이 부족한 현상이 아니다.
사람의 표정을 바꾸고, 도시의 리듬을 멈추게 만든다.
강릉 뉴스 속 주민의 양동이는 그 자체로 오늘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처럼 보였다.

나는 TV 앞에 앉아 그저 광경을 바라보는 시청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뉴스를 본다는 건 그 속에서 세상을 보고 만나고 느끼고 공감하고...

한 쪽은 물난리에 한 쪽은 가뭄에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경각심까지 배우는 거다.

 

아직은 그저 시작일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는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오늘의 뉴스는 
내 일상에서 물 한 컵을 마실 때조차, 강릉의 갈증을 잠시라도 떠올려 보는 것으로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이라며 다독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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