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너무 빠르게 먹어 치우고 있다.
시간은 혼자 달리더니 어느새, 훌쩍 앞서 있다.

속도는 도대체 따라가질 못한다.
빠르게 먹는 나이는 당겨 눌러 앉히고 싶은데
늘 뒤처지는 일의 속도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나를 참 모순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어릴 땐 느림이 답답했는데
살다 보니 빠름이 더 무섭다.
빠르면 놓치고,
느리면 밀리고,
둘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린다.
그리고 그 하루 끝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 말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위로인지
이젠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그 말 하나에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빠름과 느림 사이, 그 어디 즈음에서...
사람들은 늘 빠른 것을 원한다.
빠른 정보, 빠른 결과, 빠른 성공.
세상은 마치 속도가 곧 능력인 것처럼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점점 알게 되었다.
빠름이 나를 지켜주는 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을 때가 더 많았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서
사람들은 늘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결론만을 말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는
또 다른 문장이 숨어 있다.
“토끼는 앞만 보며 뛰었고,
거북이는 자기의 속도를 지켰다.”
즉,
빠름과 느림의 승부가 아니라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 자’가 결국 도착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옛 속담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있다.
“천천히 가도 바른 길을 간다.”
이 말은
빠름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내 속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빠름’이 두렵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내 체력은 줄고
내 마음은 지치고
삶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 늦더라도,
조금 모자라 보이더라도,
내 속도를 찾고 싶어졌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
아마 이것이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사람들 틈에서 흔들리지 않고,
누구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내 삶을 기록하는 작은 습관.
이건 거창한 도전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노마드로 살아가고 싶은 꿈의 첫 번째 걸음이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의 속도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뛰어도 되고,
느리게 걸어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나의 걸음을 사랑하는가”
그 한 가지뿐이다.
어쩌면
노마드의 삶이란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속도를 되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아주 작은 첫 발을 내딛는다.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연습.
그게 바로
이 블로그에서 시작될
나의 새로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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