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날, 그리고 닭 하면 떠 오르는 기억
복날 하면 떠오르는 보양식, 역시 닭, 백숙이다.
이번 초복은
올케가 보내준 교촌치킨 10만원 상품권 덕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린다...누리겠다.
"현금 환불은 안됩니다. 차감하셔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이 참에 닭으로 보양 한번 제대로 하자!'
나는 원래도 닭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생각 해보니 이 닭 사랑의 뿌리는 어쩌면 강화도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생생한 강화도 토종닭의 기억.
SNS도 없고 맛집 리뷰도 없던 그 시절.
인천으로 이사 간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함께 떠난 강화도 여행.
딱 요맘때 쯤인 것 같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하면서 바로 움직였을 거니까.

강화도 참성단,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1박을 계획하고 갔는데 그밤.
가로등 밑에 어쩌면 그리도 나방들이 많았던지 몸서리 치며 차 안에서만 있었던 기억도 난다.
아마도 1990년 쯤으로 기억 되고
그때 나는 폐결핵을 앓았다 1년만에 막 완치되는 시점이라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던, 뼈만 앙상하던 시절이었다.
덕분에 떠오르는 생생한 기억은
9살과 10살 되던 아들들이
계단을 두 계단 씩 뛰어 올라 가다가도 나를 끌겠다 내려오고,
또 아래칸으로 내려가서는 나를 밀기도 하면서 기어히 엄마를 참성단까지 올려 놓았던 기억.
생각해 보니
까마득히 높았던 계단도 천천히 더디지만 나는 그 작은 아이들 덕분에 힘을 내고 올라 갔었다.
"봐, 엄마 할 수 있잖아."'우리 엄마 최고야" 아이들이 좋아하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고
'아 정말 내가 해 냈구나' 눈물 나던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
그 때 그 아이들이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다.
그때 우리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그냥 발이 머무는 곳에서 식사도 하고 구경도 하고.^^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시골 산길을 달리다가, '토종닭'이라는 허름한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토종닭' 그 간판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 집에 들어갔다.
우리가 토종닭 백숙으로 2마리를 시켰을 때 주인 아저씨 하시는 말
"다 못 먹어요. 한 마리 만 시키시고 닭죽 드세요."
세월 앞에 장사 있니?
주인 아저씨가 산에 방목해 놓은 닭을 잡으러 간다며 산길로 올라갔었다.
아이들도 신나서 뒤따라가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도 덩달아서 웃음이 났던 그날,
그리고,
그때의 산길, 그때의 아이들 웃음소리...그 젊은 시절의 우리들 모습까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선명하다.
그 후에 몇년 만에 만난 친구와도 그 얘길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친구가 하는 말 "세월 앞에 장사 없다. 그쟈. 그리도 곱더니..."한다.
그 말끝에 묻어나는 헛헛함.
그 친구는 지금...암 투병 중이다.

그렇게 잡아온 장닭 한마리.
그 크기와 위용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먹기도 전에 배불렀던 기억.
아이 넷, 어른 넷이 다 못 먹고 남겼을 때,
그때도 우린 그저 좋아서 웃었고 오랜만에 봐서인지 그냥 눈만 마주쳐도 좋았었다.
아이들은 먹는 닭보다 닭을 쫓아 다니며 노는 것에 더 행복해 했었고.
가마솥에 푹푹 삶아낸 국물에 찹쌀과 총총 썰어 넣은 당근으로 색을 내고 맛을 더한 닭죽은
송송 썰어 올린 쪽파로 멋을 보태고...
이열치열 그 죽이 더 맛나서 한 그릇씩 뚝딱 해 치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던 포만감으로
에어컨도 없이 하루 종일 열 받으며 돌아가던 선풍기 아래에서 벌러덩 드러누워 오수를 즐겼던 느긋한 기억.
그 깊은 맛과 뜨거운 김. 그리고 그 국물 한 모금에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던
다시 생각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던 행복한 그 즈음이었다.

그 시절, 그리고 지금의 복날
그래서인지 가끔은,
요즘의 국민간식 허니콤보, 반반, 골드킹도 좋지만,
든든함으로 무장 된 사회인로서의 아들도 좋지만
그 산길, 그리고 방목 토종닭, 닭죽의 깊은 맛과 함께
어린시절 내 아이들,
내 품안의 자식들로 있던, 엄마만이 최고라 추겨 세우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오늘, 초복 보양식으로 교촌치킨을 뜯으며,
문득 그때의 강화도 여행과 다정했던 친구, 그리고 토종닭의 기억이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립다...
다음 복날엔, 진짜 토종닭 백숙에 도전해볼까?
그렇게 기억을 더듬다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복날은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왜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눠어지는지, 그리고 그날마다 먹는 보양식의 유래는 뭘까? 닭의 보양식 의미는 뭘까?
이야기의 다음 편은 👉 '세상 구경 중'에서 이어집니다.
'기억을 기록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장 중입니다ㅣstory 2 - 이유가 달라졌다. (5) | 2025.07.21 |
|---|---|
| 세상 구경 중 #2 - 복날의 유래와 보양식 이야기 (3) | 2025.07.20 |
| 기억 속 낙동강 홍수처럼… 반복되는 폭우 그리고 수재민 (11) | 2025.07.19 |
| 세상 구경 중 #1 - 나는 나의 속도로 간다 (9) | 2025.07.19 |
| 60대 다시 일터로 복귀 준비 중 (5) | 202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