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 된 폭우, 끝 없는 비 피해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점점 굵어지고,
전국 곳곳에서는 비 피해와 홍수 피해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어제 뉴스에서는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마을이 침수됐다는 속보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또 다시 수재민이 생겼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표정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간절히 비가 멈추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창밖으로는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내리 치고 있다.
어느 해 여름, 낙동강 홍수의 기억
이런 비가 오면 나는 자연스레,
어릴 적에 겪은 힘들고 아팠던 기억 속의 낙동강 홍수를 떠 올린다.
그리고 그 아이도...
어느 해 여름,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여름이었나 보다.
아참, 그때만 해도 초등학교라는 말이 없었고 국민학교라고 불렀었다.
낙동강 하구둑 근처에 살던 우리 마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그 끝은 거대한 홍수였다.
비가 잠시 멎었을 때 둑 위에 올라가 바라 본 풍경은...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에 떠 내려오는 집, 돼지, 가구, 과일 상자들…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과 멀리서 들려오던 울음소리.
어린 마음에도 그것은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영주 국민학교에서 온 편지
그 아비규환 뒤에는 집을 잃은 수재민들이 생겼고
학교에는 수재민들을 위한 임시거처가 만들어졌었다,
며칠 후 어느 날
부산 영주동의 한 국민학교에서 위문품과 함께 위문편지를 보내 왔다.
반장이었던 나에게 선생님께서는
그 학교의 반장이라는 아이가 보내 온 거라며 편지 한통을 주셨고
그 편지가 인연이 되어, 우리는 펜팔을 시작했다.
그 아이는
편지에 항상 예쁜 편지지 몇 장과 우표를 동봉해 보내왔었다.
답장을 기다린다는 무언의 메시지였겠지.
그 여름에 시작된 펜팔은 다음 해 1월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는
그 애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우리 집엘 찾아왔다.
빨간 털부츠, 털실로 짠 쫄쫄이 바지, 짧은 모직 코트를 입은
갸름한 하얀 얼굴로 내 앞에 선 그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 아이는 곧 이민을 간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 해 겨울
우리 막내 동생이 태어난 모질게도 추웠던 그 해 겨울.
엄마는 동생을 낳으러 할머니 댁에 가셨고 아래 두 동생을 내가 돌보던,
손이 다 트서 갈라질 만큼 추웠던 그날.
그 이쁜 아이에게 그 손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괜히 뵤로퉁함으로 반가움을 숨기던 내 어린 시절
이름은 잊었지만
5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간 이 즈음에도
'영주동 황금아파트'에 살았다는 기억만큼은 아직 또렷이 남아있다.
문득... 궁금하다, 보고 싶다.

그칠 낌새는 주지않고 여전히, 비는 내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홍수 피해, 수재민, 비 피해라는 단어는 그때의 기억을 꺼집어 내 온다.
해마다 또다시 반복되는 폭우와 홍수 피해.
기후위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매년 우리는, 더 극심한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어릴 적, 비는 그저 신나는 놀거리였는데 이젠 두렵고 걱정스러운 자연의 위협이 되어버렸다.
부디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이 비가 곧 그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이 비를 회상할 때는
'그땐 정말 비가 많이 왔지' 정도의 기억이면 좋겠다.
다시는 수재민이라는 말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오늘도 나는 창밖의 빗줄기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기록 속 기억이 부디, 아프지 않기를
어쩌면 이 기록도
어느 비 오는 날, 다시 읽게 될지 모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까지
이 비와 함께 겹겹이 쌓인 기억들이 내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도 오늘의 비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부디,
비가 그친 뒤엔 모두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하기를.
그렇게 다시 햇살이 우리 모두의 창가를 비추기를 바란다.
'기억을 기록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상 구경 중 #2 - 복날의 유래와 보양식 이야기 (3) | 2025.07.20 |
|---|---|
| 초복, 강화도 토종닭 백숙의 기억과 복날의 의미 (0) | 2025.07.20 |
| 세상 구경 중 #1 - 나는 나의 속도로 간다 (9) | 2025.07.19 |
| 60대 다시 일터로 복귀 준비 중 (5) | 2025.07.18 |
| 성장 중입니다ㅣstory 1 -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씨앗이 되길 (2) | 202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