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을 기록하다

기억 속 낙동강 홍수처럼… 반복되는 폭우 그리고 수재민

by iipopnamu 2025. 7. 19.

 

창밖에 내리는 비 풍경, 홍수와 수재민을 떠올리게 하는 오늘의 모습
비에 젖은 도심, 멈추지 않는 회색의 하루. (출처: 출처 확인 중 / 비상업적 사용)

 

다시 시작 된 폭우, 끝 없는 비 피해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점점 굵어지고,
전국 곳곳에서는 비 피해와 홍수 피해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어제 뉴스에서는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마을이 침수됐다는 속보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또 다시 수재민이 생겼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표정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간절히 비가 멈추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창밖으로는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내리 치고 있다.

 

 

어느 해 여름,  낙동강 홍수의 기억

 

 

이런 비가 오면 나는 자연스레,

어릴 적에 겪은 힘들고 아팠던 기억 속의 낙동강 홍수를 떠 올린다.

그리고 그 아이도...


어느 해 여름,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여름이었나 보다.

아참, 그때만 해도 초등학교라는 말이 없었고 국민학교라고 불렀었다.
낙동강 하구둑 근처에 살던 우리 마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그 끝은 거대한 홍수였다.

비가 잠시 멎었을 때 둑 위에 올라가 바라 본 풍경은...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에 떠 내려오는 집, 돼지, 가구, 과일 상자들…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과 멀리서 들려오던 울음소리.
어린 마음에도 그것은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편지를 들고 미소짓는 중년 여성의 손과 얼굴, 따뜻한 햇살 속에서 오래된 편지를 반가워하며 읽는 모습"
손끝에 남은 온기, 오래된 편지 속에 살아 있는 기억. (출처: Pixabay(Free-Photos))

 

영주 국민학교에서 온 편지



그 아비규환 뒤에는 집을 잃은 수재민들이 생겼고

학교에는 수재민들을 위한 임시거처가 만들어졌었다,

 

며칠 후 어느 날

부산 영주동의 한 국민학교에서 위문품과 함께 위문편지를 보내 왔다.
반장이었던 나에게 선생님께서는

그 학교의 반장이라는 아이가 보내 온 거라며 편지 한통을 주셨고  
그 편지가 인연이 되어, 우리는 펜팔을 시작했다.

그 아이는 

편지에 항상 예쁜 편지지 몇 장과 우표를 동봉해 보내왔었다.
답장을 기다린다는 무언의 메시지였겠지.
그 여름에 시작된 펜팔은 다음 해 1월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는

그 애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우리 집엘 찾아왔다.
빨간 털부츠, 털실로 짠 쫄쫄이 바지, 짧은 모직 코트를 입은
갸름한 하얀 얼굴로 내 앞에 선 그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 아이는 곧 이민을 간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 해 겨울

우리 막내 동생이 태어난 모질게도 추웠던 그 해 겨울.

 

엄마는 동생을 낳으러 할머니 댁에 가셨고 아래 두 동생을 내가 돌보던,

손이 다 트서 갈라질 만큼 추웠던 그날.

그 이쁜 아이에게 그 손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괜히 뵤로퉁함으로 반가움을 숨기던 내 어린 시절
이름은 잊었지만

5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간 이 즈음에도 

'영주동 황금아파트'에 살았다는 기억만큼은 아직 또렷이 남아있다.

 

문득... 궁금하다, 보고 싶다.

 

 

검은 배경 속 빗속에서 젖은 흰 꽃 한 송이가 쓰러져 있는 흑백 사진. 그리움과 회상을 표현한 이미지.
비에 젖은 작은 꽃, 잊히지 않는 기억처럼 오늘도 피어난다. (출처: Pixabay(Free-Photos))

 

그칠 낌새는 주지않고 여전히, 비는 내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홍수 피해, 수재민, 비 피해라는 단어는 그때의 기억을 꺼집어 내 온다.

해마다 또다시 반복되는 폭우와 홍수 피해.
기후위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매년 우리는, 더 극심한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어릴 적, 비는 그저 신나는 놀거리였는데 이젠 두렵고 걱정스러운 자연의 위협이 되어버렸다.

부디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이 비가 곧 그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이 비를 회상할 때는
'그땐 정말 비가 많이 왔지' 정도의 기억이면 좋겠다.

다시는 수재민이라는 말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오늘도 나는 창밖의 빗줄기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기록 속 기억이 부디, 아프지 않기를

 


어쩌면 이 기록도
어느 비 오는 날, 다시 읽게 될지 모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까지
이 비와 함께 겹겹이 쌓인 기억들이 내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도 오늘의 비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부디,
비가 그친 뒤엔 모두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하기를.
그렇게 다시 햇살이 우리 모두의 창가를 비추기를 바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