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십년 만에 찾은 도고 온천.
오늘은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몇 십년 만에 나서는 도고로의 일정.
여긴 온양 온천과 더불어 이름 난 온천 이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듯하다.
구미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도고를 향해 가는 길.
하늘은 맑고,
구름은 목화솜 마냥 몽글몽글 해서 내 마음은 마냥 포근해 지고
라디오에서는 올드팝 한 곡이 흐르고 리듬에 가만히 마음이 실린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만나는 시골 길.
참 다정한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밭의 풍경.
제법 키 자랑을 하는 논의 벼.
더위에 축 늘어진 들꽃들도
그 나름의 이쁨을 머금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아는 체 한다.
'색은 바래도 향기는 있답니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교태를 부리는 듯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차 안 가득 흐르는 익숙한 음악에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고.
어쩌면 노래보다 더 음악 같은 하루.
"나는 요즘 이런 시골에 오면 그렇게 좋더라."
"나이 들었지 뭐."
노녀들의 수다에 자주 등장하는 말,말이다.
맞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이 요즘은 눈에 보이고 좋아진다.
살짝 굽은 오르막길에 여유로워 짐도
그리고 느릿한 속도가 편안해 짐도,
바쁠 것도 없는데도 늘 바쁜 척 동동거린 시간은 오늘을 위해 겪어 낼 예행 연습이었다.

점심 메뉴는 콩국수로 정했다.
‘두부촌’
이름만으로도 벌써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집.
오래된 건물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켜켜이 감싸고 있었다.
그 풍경만으로도 멋이 나고
에어컨에 선풍기에...갑자기 찾아 든 나그네 손님에게 내 주는 후한 인심이...정겹다.
음식은 가끔 맛으로가 아닌 멋으로도 먹는거래지...?
그 닥 신통찮은 맛에 일행들 모두 이신전심이었다. 그저 웃음으로 그 마음을 감춘다.
시간이 천천히 거꾸로 흘렀으면 좋겠다.
감정이 내 기억을 살짝 건드렸나보다.
문득 떠오르는 먼 기억.
온천을 하고 나오니 나른함과 동시에 밀려오던 허기에
마땅한 식당도 찾지 못한 채 눈에 보이길 래 무작정 들어갔던 그 콩국수집.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물이 지친 내 몸을 달래주었지.
콩국수를 먹을 때면 소환되는 그 날 그 무더운 여름 날의 콩국수 한그릇,
"우리집은 직접 키운 국산콩으로만 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가는 오이채르 소담스리 올리고 까만 깨를 뿌리고
굵은 얼음 두어개를 모양이랄 것도 없이 올려서 내 놓던 콩국수.
직접 키운 국산콩이라는 한 마디에 10배는 더 맛이 났던 그 콩국수 맛
처음엔 그 맛을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설탕을 살짝 넣어주니 금세 한 그릇 뚝딱 비웠었지.

그 날의 맛, 그 날의 웃음, 그 여름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집이 아직 있을까.
위치는 생각나지 않지만그 날의 웃음소리와 입가에 남은 콩국수 맛은 여전히 선명하다.
이렇게 불쑥, 데려다 놓는 그 어느 때 그 기억.
그건 모르겠고 저건 희미한데
어쩌면 이건 이렇게 또렷이 생각날까?
고소하고 시원하던 그날의 콩국수 맛.
그 이후로도 아이들은 설탕 맛 콩국수를 만들어 달래곤 했다.
그저껜가? 포스팅한 글이 생각난다.
"그래.감정이 붙은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구나"
도고의 풍경을 따라 흘러간 오늘 하루.
비즈니스 차 들른 길이었지만
오랜만에 하늘을 보고,
음악을 흥얼거리고,콩국수 한 그릇에 오래된 기억을 풀어내다 보니
그냥, 오늘이 조금은 특별한 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이런 날을 기록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이글은 이틀 전 다 쓰고는...낭패를 봤던 날아 간 내 포스팅을 다시 적은 것이다.
임시저장을 했다가 다시 열려니 글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다시 적으려니 참으로 재미가 없다.
남의 노트북이 아니었으면 흔적이 남아 있기라도 할텐데...조심해겠다.
바쁜 일로 잠시 저장 사항이 되었을 때는 비공개로 남겨 두어야겠다.
'기억을 기록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잠시 멈춘 시간에도 마음으로 기록하고 (0) | 2025.08.07 |
|---|---|
| 세상 구경 중 #4 -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하자 - 지역별 '집중호우' 특보와 대비 강우량 기준 정리 (0) | 2025.08.03 |
| 브레인 노트ㅣp.4 몸은 기억한다 - 물에 대한 두려움이 남긴 신체의 기록 (0) | 2025.07.31 |
| 성장 중입니다ㅣstory 5 - 책을 쌓아가는 마음 - 위젯에 담는 글 (2) | 2025.07.30 |
| 혼자 먹는 두끼 - 나를 위한 밥상 (0)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