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을 기록하다

토요일의 늦은 퇴근

by iipopnamu 2026. 1. 17.

 

산재 해 있는 과제를 대충 정리 해 두고 퇴근을 준비한다.

 

더 늦으면 안된다는 핑계를 대고

나 땜에 저녁식사가 늦을 수 있으니까 이유를 만들면서

다 못한 과제의 일부는 집으로 운반하리라 결정을 한다.

 

주섬주섬 가방에다 자료를 넣고는 무거운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지하철 유리가림막에는 나도 모르는 누군가의 시들이 적혀져 있다...가만히 읊조려 본다.

나는 지하철을 기다릴 때

일부러 시가 적힌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곤 했었다.

어느 이름 모를 시인의 덜 영글은 것 같은 시가 마음을 참 따뜻하게 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 마음을 옮겨 기록 중이다. 

 

여백이 넓은 실내 공간에 나무 의자 하나가 놓여 있고, 의자 위에는 얇은 니트 가디건이 무심히 걸쳐져 있으며 옆에는 출근 가방이 놓여 있다. 늦은 퇴근의 고요한 순간을 담은 감성적인 장면.
늦은 퇴근을 준비하며, 남겨둔 것과 챙겨가는 것 사이.

 

늦은 퇴근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는
다시 정리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언제쯤
내가 먼저 퇴근하는 날도 올까

 

책임감만큼 무거워진 어깨 위에서
두꺼운 과제는
시간의 기약을 잊는다


저녁을 같이 먹자는 

동생의 다정함이
쉼보다 덜 달콤한 건


쉬이 가라앉지 않을 피곤을
괜히 더 늘리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도
천천히 가방을 챙기고
꾸역꾸역


뿌리치지 못한 다정함을 향해
천근의 무게로
한 발을 내딛는다


그래도
오늘 하루
참 잘 견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