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해 있는 과제를 대충 정리 해 두고 퇴근을 준비한다.
더 늦으면 안된다는 핑계를 대고
나 땜에 저녁식사가 늦을 수 있으니까 이유를 만들면서
다 못한 과제의 일부는 집으로 운반하리라 결정을 한다.
주섬주섬 가방에다 자료를 넣고는 무거운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지하철 유리가림막에는 나도 모르는 누군가의 시들이 적혀져 있다...가만히 읊조려 본다.
나는 지하철을 기다릴 때
일부러 시가 적힌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곤 했었다.
어느 이름 모를 시인의 덜 영글은 것 같은 시가 마음을 참 따뜻하게 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 마음을 옮겨 기록 중이다.

늦은 퇴근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는
다시 정리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언제쯤
내가 먼저 퇴근하는 날도 올까
책임감만큼 무거워진 어깨 위에서
두꺼운 과제는
시간의 기약을 잊는다
저녁을 같이 먹자는
동생의 다정함이
쉼보다 덜 달콤한 건
쉬이 가라앉지 않을 피곤을
괜히 더 늘리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도
천천히 가방을 챙기고
꾸역꾸역
뿌리치지 못한 다정함을 향해
천근의 무게로
한 발을 내딛는다
그래도
오늘 하루
참 잘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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