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와 집중력의 상관관계
오늘 나는 글보다 작은 ‘표시 하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AI 활용도 쉬운게 아님을 체험한 날이다.
몇주만에 쉬는 토요일이라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을 시작했다.
'AI Generated'라는 워터마크를 어떻게 올릴지, 로고를 넣을지 말지, 색은 얼마나 연해야 묻히지 않는지.
몇 글자 되지 않는 텍스트를 놓고 계속 수정하고 되돌렸다.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잘 만들려고...그러나 제자리다.
집중을 오래 유지하면 정신이 아니라 몸부터 먼저 소모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인가보다.
"그냥 나중에 하자."
하는 순간 글을 한 편 쓴 것처럼 머리가 텅 비어 있다.
그리고 피곤이 엄습한다.
몇시간을 붙들고 있던 일이었는데 그냥 툭 놓아버리니 온 몸에서 힘까지 빠진다.
냅다 누워서 1시간은 잤나보다.
이제 조금 정신이 들고 배가 고파온다. 벌써 4시가 넘었다.
하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작업이 일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에너지는 분명히 빠져나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집중이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면,
그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세포와 집중력의 상관관계
우리는 흔히 집중력을 정신력이나 의지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생물학과 신경과학은 집중이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몸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세포 단위의 협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한 문장에 마음이 붙잡히는 순간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들은 동시에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집중이란,
그렇게 몸속에서 먼저 시작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1. 미토콘드리아: 집중을 떠받치는 에너지의 근원
사람이 무언가에 깊이 몰입할 때,
뇌는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와 산소를 이용해 ATP라는 에너지 분자를 만들어낸다.
이 에너지는 신경세포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데 사용된다.
즉,
집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포 차원의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해석된다
.
집중이 자주 끊어진다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신경과학에서는 집중 상태를,
특정 뉴런들이 동기화되어 신호를 발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하는데,
이 과정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뇌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인지 능력의 한계가 달라진다.”
— 데이브 아스프리, 『최강의 인생』
2. 신경세포의 가지치기: 집중은 비워내는 과정이다
세포의 관점에서 본 집중은
‘더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덜어내는 과정에 가깝다.
뇌는 시냅스 가소성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끊임없이 연결을 재구성한다.
자주 쓰이지 않는 연결은 약화되고,
필요 없는 신호 경로는 가지치기(pruning)를 통해 정리된다.
이 과정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자극 속에서도 하나의 대상에 몰입할 수 있다.
집중하는 순간, 세포들은 불필요한 소음을 낮추고 하나의 통로만을 남긴다.
이는 마치,
수많은 조명이 켜진 무대에서 단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만이 주인공을 비추는 장면과 닮아 있다.
몰입은 그렇게,
세포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만들어내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3. 세포의 리듬과 항상성: 고요한 상태에서 집중은 시작된다
집중력은 세포의 **항상성(homeostasis)**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회복이 부족할 경우,
세포는 에너지를 생존 유지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고도의 집중을 위한 여유는 줄어든다.
충분한 휴식과 안정이 주어졌을 때, 세포막의 전위차는 균형을 되찾고 신경 신호 전달은 부드러워진다.
결국 집중이 잘 되는 순간이란,
몸속의 세포들이 가장 안정된 리듬을 되찾았을 때 허락되는 상태에 가깝다.
▶ “인간의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다. 마음이 하나로 모일 때, 세포의 진동도 하나의 선율이 된다.”
— 브루스 립턴, 『신념의 생물학』
맺으며:
집중을 요구하기보다, 조건을 만들어준다
집중이 되지 않는 날, 스스로를 다그치기 쉽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지금 이 순간에도 세포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몸이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처럼 사소해 보이는 선택 하나에도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걸 체감하고 나니,
집중을 요구하기보다 회복을 먼저 허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은 쥐어짜는 능력이 아니라,
몸속의 작은 우주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결과에 가깝다고 내게 인지를 시킨다.
남은 오늘은
성과보다 리듬을, 의지보다 상태를 먼저 돌아 보아야겠다.
그리고 가만히 글을 남긴다.
또 다른 기억의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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