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없이 떠나 온 길에서 만난 가나자와의 첫 인상은 조용함이었다.

여행가방은 숙소에 두고, 작은 배낭 하나만을 챙겨 문을 나선다.
문이 닫히는 소리보다 먼저,
낯선 바람 냄새가 가슴으로 훅 들어왔다.
습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공기.
천천히 한 계단씩 내려간다,
이 도시는 나를 재촉하지 않아 좋았다.
도쿄처럼 바쁘지도,
교토처럼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도시이다.
아니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이다.
📌 짤상식 | 가나자와, 이런 도시야
•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2시간 30분
• 관광객이 많지 않아 숙소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
• 교토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사람에 치이는 게 싫다면 대안 도시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곳
이곳에서는 신호등 앞에서도 조급해지지 않는다.
관광객의 행렬 대신,
출근길에 커피를 들고 걷는 사람들,
자전거 바구니에 장을 본 채 집으로 돌아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온다.
길은 넓지 않다.
하지만 걷다 보면 이유 없이 고개를 들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낮은 목조 가옥의 처마, 오래된 돌담,
그리고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나타나는 작은 수로.
이 도시는 ‘보여주려는 풍경’보다 살아 있는 풍경’이 유독 많다.
그래서인지 걷는 내내 여행자라기보다
이미 가나자와에 담긴 주민이 된 기분이 들었다.
☕ 짤상식 | 가나자와 카페 팁
• 관광지 중심보다 주택가 골목에 조용한 카페가 많다
• 오전 9~10시, 현지인 비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
• 혼자 앉아 있어도 전혀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

낯선 카페에서 느끼는 익숙함
가나자와에는 유명 카페보다
동네에 스며든 작은 카페가 더 기억에 남는다.
문을 열면 종이 울리고,
주인은 굳이 말을 걸지 않는다.
메뉴판은 단출하고,
창가에는 오래된 잡지 몇 권이 놓여 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
이 도시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여행자, 학생, 직장인, 그리고 노인.
그들이 섞여 만들어내는 공기의 결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런 순간이 좋았다.
‘와, 멋지다’가 아니라
‘아, 여기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
이 도시는 이런 사람에게 맞다라고 적어본다.
아, 사실
가나자와는 화려한 여행지를 찾는 사람에게는 심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돌아보면 되는데
사람들은 정답을 찾아 가는 걸 싫어들 하니 심심할 수 있겠다.
하지만 또,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들 거다.
- 사람 많은 관광지가 부담스러운 사람
-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 카페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
- 굳이 유명하지 않아도 좋은 곳을 찾는 사람
- 가성비 좋은 여행을 원하지만, 분위기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
여행이란 꼭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나자와는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을 허락하는 도시였다.

그래서,
왜 가나자와인가
이 도시는
경비를 논하지 않고도 선택 가능한 여행지다.
나와 결을 같이 한 조용함으로 선택한 결과지다.
비행 시간이 길지 않다,
도시가 크지 않아 이동도 쉽다,
무엇보다
'지금 아니어도 괜찮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 버킷리스트 속의 여행지다.
나는 이 도시를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서 목록에 다시 가 볼 여행지로 기록 해 두었다.
계절이 바뀌면 풍경도 바뀔 것이고,
그때의 나도 지금과는 다를 테니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4번이나 봤다는 사람이 있다.
왜? 라고 물었더니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라짐을 느껴서라고 대답했다.
문득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늘 같지 않은 환경일 것이고 그때 지금 이 마음으로 이 풍경이 닥아올까?...다시오고 싶다.
🍶 짤상식 | 가나자와 음식 이야기
• 가나자와는 '일본 3대 해산물 도시' 중 하나
• 겨울 바다에서 나는 한대게·방어가 특히 유명
• 화려함보다 재료 맛을 그대로 살리는 요리가 많다
• 그래서 식당이 조용하고, 혼밥이 자연스럽다

다음 글에서는
가나자와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행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 숙소는 어느 지역이 좋은지
- 실제로 체감한 경비는 어느 정도였는지
- 언제 가면 가장 조용하고, 언제가 가장 합리적인지
돈, 건강, 나이 때문에 여행이 조심스러운 사람도
“이 정도면 나도 가능하겠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레비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도시는,
생각보다 오래 곁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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