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용필, 기억을 열다
며칠 전,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KBS 대기획 *조용필의 이순간을 영원히*를 보았다.

가왕이 KBS에서 선보이는 단독 무대는 1997년 '빅쇼' 이후 약 28년 만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석 무료...대단한 기획!!
고척스카이돔은 현란한 조명 속에서 28곡을 완벽히 부르는 가왕, 말 그대로 가왕의 무대였다.
그리고 떼창으로 울며 웃는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변함없는 열정과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어느 새 한 마음이 되어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격동의 시대 그 시절의 나로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데려갔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파도,
“단발머리”의 거리,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고독...
생각해 보면 참 어려운 시절.
그는 단지 가수가 아니라,
세대를 관통한 감정의 연대기였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감정의 시간들에 깊이 빠져 하나 씩, 하나 씩 다시 꺼내 봐야겠다. 그리고 기억하자 계획한다.
노래 한 곡 한 곡에 묻은 기억,
그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나를 만나기 위해.

2. 돌아와요 부산항에 - 그리움의 노래
197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담긴 세대의 그리움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각인 된 순간,
그 배경엔 이 노래가 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시절, 이 노래는 단지 히트한 곡, 그 이상이었다.
어디를 가도 흘러나왔고,
아이도 어른도
레코드점마다, 라디오마다,
거리의 확성기마다 그의 목소리가 그득했기에 저절로 흥얼대어졌다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특히 내가 사는 부산에서는 이 노래가 응원가이자 위로였다.
절절함이 있었고 철학이 있었다.
야구장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항구의 바람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 노래 한 줄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자신을 다독였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시대의 호흡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던 수많은 마음들의 울림이었다.
조용필은 그 한 곡으로
‘가수’가 아니라 시대의 기억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엔 항구의 바람이,
그의 가사엔 세월의 눈물이 있었다.
🌊 떠난 이의 자리, 남은 이의 봄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봄이 왔지만 그 봄은 따뜻하지 않았다.
형제가 떠난 부산항엔 갈매기 소리만 메아리쳤다.
이 노래는 단순히 고향을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남겨진 자의 봄’**을 노래한다.
1970년대 초, 산업화의 시작과 함께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계를 위해 부산항을 떠나 일본으로, 중동으로 나갔다.
“형제 떠난 부산항”은 곧 떠나야만 했던 청춘의 초상화였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이 구절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자,
그 시대를 떠나보낸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슬픔이었다.
떠난 이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고,
남은 이는 울음 대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바로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 ‘고향’이라는 이름의 시간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던 이 거리는
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날의 꿈이었지”

그리움은 늘 거리를 만든다.
부산항에서의 이별은 단순한 장소의 거리가 아니라
삶의 거리, 시대의 거리, 마음의 거리였다.
노래 속 화자는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지만,
그 거리의 끝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른다.
그 부름 자체가 사랑이고, 기다림이고, 인간의 본능이었다.
🌧️ 고요한 항구, 묵묵한 기다림
“언제나 말이 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

여기서 물결은 ‘세월’일 것이다.
그 세월이 가는 길을 막은 것이다.
결국 그리움은 기다림이라는 형태로 남는 시간의 얼굴이었다.
조용필의 노래는 늘 절제되어 있다.
울지 않고, 흐느끼지 않는다.
대신,
꾹꾹 누르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결을 남긴다.
3. 기억의 한 문장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한 개인의 그리움이 아니라,
한 세대의 이별을 품은 노래였다.”
그 노래는 부산항에 남은 이들의 노래였고, 다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노래였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의 귀 안에서 그 봄날의 파도 소리처럼 들려오고 있다.
📍가사 출처: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에〉 (1972)
작사·작곡: 황선우 / 노래: 조용필
ⓒ YPC Production / 서울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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